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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원출신 김숙 - 2020년 KBS방송연예대상 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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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1-05 22:57 조회3,13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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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라이트]신드롬을 넘어 시스템이 된 김숙, 그 대상의 가치

김지혜 기자

 

 

2015년부터 ‘갓숙’, ‘퓨리오숙’, ‘가모장숙’ 등 별칭을 통해 신드롬적 인기를 끌었던 김숙에게 2020년에서야 도착한 ‘대상’은 지난 25년 경력의 ‘결실’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에 더 가까워보인다. KBS 제공

2015년부터 ‘갓숙’, ‘퓨리오숙’, ‘가모장숙’ 등 별칭을 통해 신드롬적 인기를 끌었던 김숙에게 2020년에서야 도착한 ‘대상’은 지난 25년 경력의 ‘결실’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에 더 가까워보인다. KBS 제공

왜 이제서야? 

지난달 24일 <2020 KBS 연예대상>, 생애 첫 대상을 받아든 코미디언 김숙(46)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마이크 앞에 선 그는 “이곳이 딱 25년 전에 제가 공채로 들어올 때 처음 상을 받았던 곳”이라며 소감의 운을 뗐다. 1995년 KBS 대학개그제에서 은상을 차지하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후, 25년 만에 받는 감격의 첫 대상이었다. ‘왜’라는 의문은 그가 버텨온 25년의 시간에 대한 것이 아니다. 가부장의 미러링인 ‘가모장’ 캐릭터를 앞세운 김숙을 두고 ‘갓숙’ ‘퓨리오숙’ ‘가모장숙’ 등 별명이 쏟아져 나오고, 김숙 스스로 ‘제1의 전성기’라 부를 만큼 각종 예능과 비평 담론이 그를 소환하던 2016~2017년을 지나 2020년에서야 당도한 ‘대상’은 다소 늦은 감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인기로는 제일 높은 곳에 있지 않을까? 내려갈 일만 남았네. 지금 같은 사랑을 또 받을까?”(보그) 데뷔 후 처음으로 ‘메이저 광고’를 찍었다고 기뻐하던 2016년 그의 예측은 틀렸다. 2021년 현재 방송 중이거나 방송 예정인 TV 고정 프로그램만 9편에 달하는 김숙은 더 이상 ‘남초 예능판’을 찢고 나온 생경한 ‘이단아’가 아니다. 신드롬적 열풍 뒤로 뒤늦게 그의 품에 안긴 대상은, 김숙이라는 난데없는 ‘현상’을 예능계의 ‘디폴트(기본값)’로 만들어버린 그의 저력과 끈기에 대한 헌사다. 희극인실의 ‘돌+아이’로 불리던 그가 ‘연예대상’ 주인공이 됐다는 것, 시스템을 뒤집던 그가 이제는 시스템 자체가 됐다는 의미다. 치열한 돌파 끝에 스스로의 표현대로 “시대를 바꾼 사람”(2020 KBS <다큐 인사이트>)이 된 김숙의 시간을 돌아봤다. 

대 위에서도 꾸민 모습이 아닌, 평소의 악동 같은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라는 송은이의 조언은 2002년 김숙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따귀소녀’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KBS 캡처

대 위에서도 꾸민 모습이 아닌, 평소의 악동 같은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라는 송은이의 조언은 2002년 김숙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따귀소녀’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KBS 캡처

■따귀소녀, 난다김 그리고 

김숙은 익히 알려진 대로 긴 무명 생활을 보냈다. “20세에 방송국 들어왔는데 7년 동안 무명으로 지냈어요. <개그콘서트>에 계속 들어갔는데 코너에서 다 까였죠.”(<다큐 인사이트>) 김숙은 그 시절을 ‘괄시’라는 단어로 요약하곤 한다. 이유도 모르고 프로그램에서 홀로 퇴출되는 일이 잦았다. 불러주는 곳이 없어 게임 폐인이 되기도 했다. 20대 때 1년8개월 정도 집에서 컴퓨터 3대를 돌리며 집이 PC방인 양 두문불출하며 살았던 일화는 유명하다. 

주눅들 만한 상황에서도 그는 꿋꿋하게 ‘이단아’였다. 극한 상황에서도 그는 늘 ‘자기 자신’이기를 택했다. 서열문화가 공고한 코미디언계에서 그는 ‘거북이’ 아이스크림을 사오라는 대선배 이봉원의 명령에 “난 거북이 싫어!”라는 황당한 답으로 응수하고, 10만원을 주며 담배를 사오라는 한 선배에게는 10만원어치 담배를 사다 안기는 “‘미쳤다’는 표현으론 역부족”인 “또라이”(유재석, KBS <해피투게더>) 신인이었다. 그런 까닭일까. 경력면에서도 “숙이는 참 재능은 있는데 같이 뭘 해야될지 잘 모르겠다”는 평을 들으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무명의 김숙을 ‘터뜨린’ 것은 그의 단짝이자 선배인 송은이였다. 

“숙아 나는 네가 너를 했으면 좋겠어.” 무대 위에서도 꾸민 모습이 아닌, 평소의 악동 같은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라는 송은이의 조언은 2002년 김숙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따귀소녀’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개그콘서트>를 떠나 2003년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로 무대를 옮겨 보여준 ‘난다김’ 캐릭터 역시 “4천만 땡겨주세요”라는 유행어를 낳을 만큼 큰 인기를 모았다. 이 시기에도 김숙은 ‘현상’이었다. CF도 찍고 음반도 냈다. 김숙이 김숙임을 드러낼 때마다,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2015년 5월 처음 방영된 JTBC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에서 김숙이 내세운 ‘가모장’ 캐릭터 역시 평소 언어 습관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다. JTBC 캡처

2015년 5월 처음 방영된 JTBC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에서 김숙이 내세운 ‘가모장’ 캐릭터 역시 평소 언어 습관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다. JTBC 캡처

■가모장숙. 신드롬을 넘어 시스템이 되다 

“남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으면 집안이 패가망신한다는 얘기가 있어.” “남자는 조신하게 살림하는 남자가 최고.” 2015년 5월 처음 방영된 JTBC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에서 김숙이 내세운 ‘가모장’ 캐릭터 역시 평소 언어 습관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다.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높아지던 것과 맞물려 ‘가모장숙’은 ‘난다김’ 이후 12년 만에 나온 김숙의 ‘초히트 캐릭터’가 됐다. MBC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KBS <해피투게더>, JTBC <비정상회담>, KBS <거리의 만찬> 등 남성들만 즐비한 예능 프로그램들에 연일 ‘초대’됐다. 김숙이 예의 ‘가모장’ 발언을 늘어놓으면 남성 출연진이 자지러지게 웃었다. 하지만 김숙이 떠난 자리, 남은 것은 여전히 고정 출연진인 남성들이었다. 굳어진 ‘남초 예능’의 판은 공고해 보이기만 했다. 

하지만 가모장숙은 멈추지 않았다. 현상을 넘어 신드롬이, 신드롬을 넘어 시스템이 됐다. 물론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다. 든든한 조력자이자 최고의 기획자, 송은이가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님과 함께2> 방송 직전인 2015년 4월,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이 첫 방송을 했다. 느닷없이 준비 중이던 방송 프로그램에서 ‘잘린’ 김숙에게 “우리가 잘리지 않는 방송을 만들자”던 송은이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남초 예능에서 소외된 이들이 스스로 벌인 판이었다. 

<비밀보장>은 ‘가모장숙’ 못지않은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줬다. 팟캐스트 속 콘텐츠는 지상파 라디오·TV 프로그램으로 진출했고, 송은이는 콘텐츠 제작사를 직접 차렸다. 이들의 활약은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 MBC every1 <비디오스타>, 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 올리브 <밥 블레스유> 등 여성 예능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여성들이 가정과 사회의 주도권을 잡는다는 김숙의 상상력이 송은이의 기획력과 만나 현실이 돼 갔다. MBC <놀면 뭐하니>의 ‘환불 원정대’부터 E채널 <노는 언니>, 엠넷 <굿 걸>, KBS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까지 2020년 한 해 활약한 여성 예능 면면 역시 이들의 행보에 적지 않게 기대고 있다. 차별과 배제에 굴하지 않고 늘 ‘자기 자신’이고자 했던 김숙, 곁에서 이를 북돋아 실제적인 변화를 이끈 송은이. 콤비는 판을 벌이고 뒤집다 못해 스스로 판이 돼버렸다. 

약자를 대변하는‘가모장숙’은 공기처럼 그의 말속에 자연스레 묻어난다.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선 식사 중인 직원에게 굳이 말을 거는 ‘사장님’ 출연진에게 “밥 먹는데 너무 얘기하시는 거 아닙니까?”라고 꼬집는다. KBS 캡처

약자를 대변하는‘가모장숙’은 공기처럼 그의 말속에 자연스레 묻어난다.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선 식사 중인 직원에게 굳이 말을 거는 ‘사장님’ 출연진에게 “밥 먹는데 너무 얘기하시는 거 아닙니까?”라고 꼬집는다. KBS 캡처

■‘갑’이 된 ‘이단아’ 

김숙은 <2019 KBS 연예대상> 후보에 올랐으나 끝내 무관에 그쳤다. 당시 송은이는 그를 위로하며 “숙이가 세계 챔피언”이라는 글을 남겼다. 인상적인 것은 ‘챔피언’인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웃기고, 잘 웃고, 잘 먹고, 잘 자고, 이제 정상적인 멘트도 잘하고, MC도 잘 보고, 밝고, 명랑하고, 착하고, 이 정도면 챔피언이죠.” 송은이 말대로 그는 이제 정신을 쏙 빼놓는 ‘이단아’가 아니라 “정상적인 멘트를 잘하는” 유능한 MC로 거듭났다. 현재 출연 중인 프로그램 상당수에서도 자신의 캐릭터를 과시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진행을 이끄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를 사라진 ‘따귀소녀’나 ‘난다김’과 같은 선상에서 볼 수는 없다. 약자를 대변하는 ‘가모장숙’은 공기처럼 그의 말속에 자연스레 묻어난다. 예컨대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선 “남자라면 스포츠 선수 한 번쯤은 꿈꿔보지”라는 남성 출연진 말에 “은이 언니 테니스 선수 되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라고 반문하는 식이다.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선 식사 중인 직원에게 굳이 말을 거는 ‘사장님’ 출연진에게 “밥 먹는데 너무 얘기하시는 거 아닙니까?”라고 꼬집는다. 보수적인 성 고정관념이 다뤄질 수밖에 없는 ‘부부 예능’ SBS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에서는 발언권이 없는 아내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곤 한다. 

“20년 넘게 ‘을’로 살았으니 이번엔 ‘갑’의 입장에서 재밌는 일 한번 벌여볼 생각”(2016 여성중앙)이라는 김숙. 그가 ‘갑’으로 사는 방식은 이런 것이다.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드는 질문에) ‘요즘 누가 그런 거 물어보니?’라는 말을 계속 던지는 것이 내 사명”(2018 <대화의 희열>)이라는 김숙의 생각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이단아’ 김숙이 터뜨리던 통쾌한 ‘사이다’의 재미가 이대로 사라질 리는 없다. ‘갑’이 된 ‘이단아’가 펼치는 새로운 판의 새로운 재미를 그저 감상하면 그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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